Friday, July 5, 2019

잠겨 있는 문이 없다



잠겨 있는 문이 없다
아스테리온의 집은 아리헨티나의 마술적 리얼리즘의 선구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쓴 단편(短篇)입니다. 아스테리온은 황소의 머리와 인간의 몸을 가졌는데, 사람들은 그를 매우 오만하고, 괴팍한 성격의 괴물로 오해했습니다. 사람들은 아스테리온이 자신들을 악에서 해방시켜주길 바라며 9년마다 아홉 명을 제사로 바쳤습니다. 물론 어느 누구도 그와 마주치길 원치 않았습니다. 그를 보는 누구든지 죽데 된다는 소문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런 악독한 괴물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는 무척 외로워했습니다. 외로움을 달래려 자기 자신과 대화하거나 혼자 술래잡기하곤 했습니다. 일년에 한 번씩 사람들(사실은 제물로 바쳐진 사람들)이 그의 동굴로 찾아올 때면, 너무 설레었습니다.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오자마자 설렌 마음으로 뛰어나가면, 밖에 있는 자들이 지레 겁을 먹고 죽어버렸습니다. 그들에게 전혀 손을 대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로(迷路)에서 괴물을 만났으니, 이젠 죽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서 그들이 스스로 삶의 희망을 놓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아스테리온이 무서운 괴물이 아니었듯이, 그가 살고 있는 동굴 역시 미로(迷路)가 아니었습니다. 그곳엔 닫힌 문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곧 단 하나의 자물쇠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밤낮으로 열려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원한다면, 누구나 들어가 안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안으로 들어가 보면, 해골이 이곳저곳 널려 있는 무시무시한 공간이 아니라 정적과 고독이 흐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스테리온은 자기 자신을 무서운 괴물로 오해하고서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저 서운할 뿐입니다. 사람들이 자기에게 가까이 다가와 주었으면 좋겠는데, 다가와 대화를 나누어주면 좋겠는데, 함께 놀아주었으면 좋겠는데. . . 이런 서운한 마음에서 아스테리온이 혼자서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잠겨 있는 문이 없다는 것을 되풀이해 말해야 할까? 자물쇠 또한 없다는 것을 덧붙여 말해야 할까?”
어느 날 한 제물이 죽어가며 그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당신의 구원자가 올 것이라는 예언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스테리온은 기다립니다. 자신을 구원해 줄 구원자를. 그 구원자를 생각하며 하루하루 외로움을 견뎌냅니다. 그리고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구원자가 오려나?”하는 그의 기대감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호르헤 보르헤스의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했습니다. “나 역시도 얇은 지식과 편견 때문에 남을 오해하고, 정죄하며,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아가고 있진 않는가? 혹시 나의 아스테리온은 누구일까? 이젠 외로움에 지쳐 있는 나의 아스테리온에게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발걸음을 가까이 옮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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